어제 남편이 냉장고에 표를 하나 붙였음.
요일별 집안일 분담표.
설거지랑 빨래 칸마다 이름이 또박또박 적혀 있었음.
보자마자 웃음이 났는데 좋아서 웃은 건 아님ㅋㅋ
남편은 성실한 사람이다.
집안일도 정확히 반 하고 월급도 공동 통장에 다 넣음.
누가 봐도 좋은 남편이라고 할 거임.
근데 대화가 전부 업무 보고 같아.
오늘 어땠어가 아니라 오늘 뭐 처리했어.
내가 회사에서 울고 들어온 날도 원인 분석부터 시작함.
그럼 다음엔 이렇게 해보라고.
위로가 아니라 피드백을 받는 기분..
한 번은 그냥 들어만 달라고 했더니 진심으로 당황하더라.
듣기만 하면 뭐가 해결되냐고.
자기는 같이 문제 풀어주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대.
그 말 들으니 남편 나름 최선이라는 건 알겠음.
그래도 가끔은 내가 아내가 아니라 같이 사는 팀원 같다.
분담표에 내 기분 칸은 없으니까ㅋㅋ
친구들은 배부른 소리라고 함.
집안일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남편도 많은데 뭘 더 바라냐고.
그 말도 이해는 감.
이게 서운할 일인지 내가 너무 많이 바라는 건지 모르겠다.
다들 이런 남편이랑 살면 어떨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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