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결혼기념일에 남편이 레스토랑을 예약해놨다고 함.
고맙긴 한데 솔직히 집에서 배달 시켜 먹고 일찍 자고 싶었음.
남편은 좋은 사람임. 이건 진심.
월급 꼬박꼬박 갖다주고 주말엔 애 데리고 놀이터 가고 설거지도 말 안 해도 함.
시댁 일로 나 힘들게 한 적도 없음.
근데 언제부턴가 남편이 그냥 같이 사는 가족 같음..
룸메이트 같기도 하고 친오빠 같기도 하고.
머리 덥수룩하게 하고 소파에서 배 긁는 거 보면 정은 드는데 설렘은 없어..
남편은 그게 서운한가 봄.
예전처럼 둘이 데이트도 하고 손잡고 걷고 싶대.
기념일 레스토랑도 그래서 잡은 거고.
근데 막상 마주 앉아서 와인 마시는데 할 말이 없더라ㅋㅋ 애 학원 얘기 하다가 끝남.
집에 오는 길에 남편이 우리 너무 가족처럼만 사는 거 아니냐고 함.
나도 미안해서 아무 말 못 함..
친구들한테 말하면 반응이 딱 둘로 갈림.
한쪽은 원래 다 그렇다고 함. 설렘은 금방 끝나고 그다음은 의리로 사는 거라고.
그 정도면 남편 복 있는 거니까 배부른 소리 하지 말래.
다른 쪽은 그래도 노력해야 한다고 함.
한 사람만 마음이 식으면 상대는 외로워진다고.
남편이 먼저 손 내밀 때 받아줘야지 나중엔 남편도 포기한다고.
둘 다 맞는 말 같아서 더 모르겠음.
억지로 설레는 척하는 것도 남편한테 예의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이대로 편하게만 지내도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
남편은 다음 달에 애는 친정에 맡기고 둘이서만 1박 여행 가자고 함.
가면 뭔가 달라질까..
결혼하고 시간 지나면 다들 이렇게 사는 거임?
아니면 지금이라도 노력해야 하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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