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월급 통장을 아내가 관리하고 나는 매달 용돈 받아 씀.
불만은 없었어. 아내가 나보다 돈 관리를 훨씬 잘하거든.
문제는 작년 성과급.
아내한테는 실제보다 조금 적게 말하고 차액을 따로 통장에 넣어뒀어.
거기에 용돈 아낀 거 조금씩 보태서 지금 300 정도 됨.
쓸 데가 딱 정해진 건 아니었고 그냥 내 이름으로 된 숨구멍 같은 거였어.
아내 생일 때 깜짝 선물도 거기서 샀고.
그때 아내가 이 돈 어디서 났냐고 물었는데 용돈 모았다고 둘러댔어.
근데 지난주에 서류 정리하다가 아내가 그 통장을 발견함.
화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조용하더라..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나한테 숫자를 속였다는 게 문제야."
그 말 듣고 나서 집이 계속 냉랭함.
내 입장도 있어.
용돈이 적은 건 아닌데 경조사나 회식비가 갑자기 나가면 매번 손 벌려야 하는 게 자존심 상했거든.
친구 결혼식 축의금 얼마 할지까지 물어봐야 하는 게 서른다섯 살 가장으로서 좀 그랬음.
그렇다고 성과급 금액을 속인 게 잘한 건 아니라는 것도 알아.
친구들은 다들 비상금 하나씩은 있다는데 그 말로 퉁칠 일은 아닌 것 같고.
사과는 할 생각인데 어디까지 사과해야 하는지 모르겠음.
통장을 아내한테 넘기면 끝나는 건지 용돈 구조부터 다시 얘기해야 하는 건지.
이게 큰 잘못인 거냐? 아니면 아내가 좀 너그러워도 되는 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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