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이랑 만난 지 4년 됐어.
큰 싸움 한 번 없을 만큼 잘 맞아.
퇴근하고 같이 장 보고 밥 해 먹는 게 제일 행복한 사람이야.
문제는 아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는 아이 생각이 없다고 말했어.
그때 여친도 아직 모르겠다고 했고 둘 다 그 얘기를 깊게 안 했지.
근데 작년에 여친 언니가 출산하고 나서부터 여친이 달라졌어.
조카 보고 오는 날이면 한참 사진을 들여다보더라.
주말에 조카 봐주러 가는 날도 점점 늘었고.
그러다 지난달에 조심스럽게 말하더라고.
자기는 아이를 낳고 싶어졌다고.
나는 솔직히 자신이 없어.
내가 어릴 때 집이 많이 힘들었거든.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고 그 책임을 지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겨.
억지로 맞춰서 낳았다가 아이한테 미안한 아빠가 될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워.
여친은 날 몰아붙이지 않아.
천천히 생각해보라고만 했어.
근데 그 말이 더 마음 아파.
내가 몇 년 더 고민하는 동안 여친의 시간도 같이 가는 거잖아.
친구 한 명은 사랑하면 둘이 맞춰가는 거라고 하고
다른 친구는 이건 맞출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빨리 놓아주는 게 서로를 위한 거래.
둘 다 맞는 말 같아서 더 모르겠어.
이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은데 붙잡는 게 이기적인 건지도 모르겠고.
그게 요즘 내 머릿속 전부.
너네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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