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지 딱 10년 됨. 딸이 초등학생일 때 헤어졌고 그 뒤로 내가 키움. 전 남편은 양육비 꼬박꼬박 보냈고 한 달에 한 번 딸 만나는 것도 빠진 적 없음. 그 부분은 인정함.
이번에 딸이 대학 졸업함. 며칠 전에 딸이 조심스럽게 부탁함. 졸업식 날 엄마 아빠 둘 다 와서 같이 사진 찍고 밥도 한 끼 먹자고. 셋이 같이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는 말에 마음이 쿵 내려앉음.
문제는 나한테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거임. 3년째 만나는 중이고 딸도 잘 따름. 졸업식에 당연히 같이 가는 줄 알고 있었음. 꽃다발도 자기가 준비하겠다고 미리 말해둔 상태였음. 이 얘기 했더니 표정이 굳음. 하루쯤은 괜찮다고 말은 하는데 서운한 게 다 보임. 자기는 그날 어디 있으면 되냐고 물어보는데 할 말이 없었음.
전 남편한테 연락하는 것도 솔직히 껄끄러움. 헤어질 때 좋게 끝난 사이가 아님. 10년 동안 딸 일 말고는 말 섞은 적 없음. 같이 밥 먹으면서 웃을 자신이 없음. 딸 앞에서 어색한 티가 나면 오히려 그날을 망칠 것 같기도 함.
근데 딸 입장에선 평생 한 번뿐인 날이고 그 사진 한 장이 소원이라는데 내가 불편하다고 거절하는 게 맞나 싶음. 친구는 딸 생각해서 하루만 참으라고 하고 언니는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을 먼저 챙기라고 함. 둘 다 맞는 말 같아서 더 헷갈림.
이 정도면 딸 부탁 들어주는 게 맞음? 아니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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