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현관문 열면 첫마디가 정해져 있다.
'애 숙제 봤어?' 아니면 '내일 몇 시에 나가?'
아내랑 하루에 나누는 말을 세어보면 거의 다 일정이랑 돈 얘기다.
싸우는 건 아니야.
오히려 사이는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
주말엔 같이 장 보고 애 데리고 공원도 가고.
근데 그게 다야.
연애할 땐 새벽까지 쓸데없는 얘기로 통화했는데.
회사에서 있었던 웃긴 일도 다 얘기하고 주말에 뭐 할지 한 시간씩 고민하고.
지금은 둘이 소파에 앉아도 각자 폰 본다.
며칠 전에 조심스럽게 말해봤다.
우리 너무 일 얘기만 하는 것 같다고.
아내 반응은 담담했다.
'애 키우는 집 다 이래. 나도 피곤해.'
틀린 말은 아니라서 더 할 말이 없었어.
아내는 하루 종일 애랑 씨름하고 저녁엔 반찬까지 챙기니까 수다 떨 기운이 없겠지.
나도 회사에서 사람한테 치이고 오면 말하기 싫은 날 있고.
솔직히 나도 먼저 말 거는 노력을 많이 한 건 아니야.
그래서 이게 그냥 이 시기의 정상인가 싶다가도
가끔은 옆에 사람이 있는데 혼자 사는 기분이 든다.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반반이다.
다 그렇게 산다는 친구도 있고
그거 방치하면 나중에 남남 된다는 친구도 있다.
일부러 둘만의 시간을 만들자고 다시 말해볼까 싶은데
아내 입장에선 일 하나 더 늘리는 걸로 느낄까 봐 망설여진다.
이거 내가 너무 예민한 거야? 아니면 지금 짚고 넘어가는 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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