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둘이고 회사에서 설계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른팔에 손바닥만 한 꽃 그림 문신이 있습니다. 스물다섯 살 때 돌아가신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꽃을 새긴 것입니다.
여자친구와는 2년을 만났고 올겨울 결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처음으로 여자친구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날이 더워 반팔을 입고 갔는데 그게 화근이 됐습니다.
아버님 표정이 문신을 보자마자 굳으셨습니다. 식사 내내 술은 얼마나 마시는지 예전에 어떤 친구들과 어울렸는지만 물으셨습니다.
다음 날 여자친구에게 전해 들은 말은 더 아팠습니다. 몸에 그런 걸 한 사람은 욱하는 성격일 수 있으니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셨답니다.
저는 학창 시절 반장을 했고 지금까지 큰 사고 한 번 친 적이 없습니다. 회사에서도 성실하다는 말을 듣는 편입니다.
문신 하나로 제 지난 삶이 통째로 짐작되는 게 억울합니다..
여자친구는 아버지가 옛날 분이라 그렇다며 다음에 뵐 때는 긴팔을 입고 가자고 합니다. 결혼식 날에도 가리면 된다고요.
그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하나뿐인 딸을 보내는 입장에서 걱정이 앞서실 수 있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평생 가족으로 지낼 분 앞에서 계속 가리고 다니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할머니 이야기를 직접 말씀드리면 달라지실까 싶다가도 변명처럼 들릴까 봐 망설여집니다..
지우는 시술도 알아봤는데 그건 제 일부를 지우는 것 같아 내키지 않습니다.
여자친구는 중간에서 눈치만 보고 있고 저도 그게 미안합니다.
긴팔로 가리고 시간을 두는 게 맞습니까? 아니면 제 입으로 문신 얘기를 꺼내는 게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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