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둘 회사원입니다.
대학 동아리에서 처음 별을 본 뒤로 이십 년 가까이 밤하늘을 쫓아다니고 있습니다.
맑은 날이면 퇴근하고 차로 두 시간 거리 산으로 갑니다.
돗자리 펴고 망원경을 세우면 하루 피로가 다 풀립니다.
문제는 장비입니다.
지금 쓰는 망원경이 오래돼서 사진이 흐리게 나옵니다.
마음에 둔 장비가 있는데 렌즈와 받침대까지 하면 수백만 원입니다.
모아둔 제 용돈 통장으로 사려고 했습니다.
아내는 반대합니다.
아이 학원비도 오르는데 하늘 보는 데 그 돈을 쓰냐고 합니다.
제 용돈이니 생활비에는 손대지 않는다고 했지만 아내 생각은 다릅니다.
'그 용돈도 결국 우리 집 돈이야. 그 돈이면 애 겨울방학 캠프 보낸다.'
아내 말이 틀렸다고는 못 하겠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제가 산 장비만 모아도 꽤 됩니다.
베란다 한쪽은 제 짐으로 가득하고 주말 밤마다 집을 비우는 것도 미안합니다.
그래도 술 담배 안 하고 다른 데 돈 쓰는 일도 없습니다.
제 낙은 이것 하나뿐입니다.
동료들은 차 바꾸는 데 수천만 원 쓰는데 망원경 하나가 그렇게 큰 사치인가 싶기도 합니다.
어제는 아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별은 어디 안 가잖아. 애 크고 나서 사.'
듣고 보니 그 말도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십 년을 미루면 그때는 눈도 침침해질 것 같습니다.
용돈으로 모은 돈이면 취미에 크게 써도 되는 겁니까?
아니면 아이 클 때까지 미루는 게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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