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 생일이었어. 남편이 퇴근길에 꽤 비싼 가방을 사 왔고 저녁은 밖에서 먹었어. 고마운 건 맞아. 근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 식탁이 비어 있는 게 이상하게 서운하더라. 우리 엄마는 내가 서른 넘어서도 생일 아침마다 미역국을 끓여서 보내주셨거든. 결혼하고 나서는 그게 끊겼고 남편은 삼 년 동안 한 번도 안 끓였어.
저녁 먹고 오는 길에 지나가듯 말했어. 내년엔 가방 말고 미역국 한 그릇이면 된다고. 남편은 웃으면서 자기는 국 끓이다 망칠 거라고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할 걸 사주는 게 낫지 않냐고 하더라. 그 말도 틀린 건 아니야. 요리를 거의 안 해본 사람이고 선물은 진짜 신경 써서 고른 거니까. 원래 기념일 챙기는 걸 서툴러하는 사람인데 이번 가방은 몇 주를 고민했다고 하더라. 근데 나는 국이 맛있고 없고가 아니라 아침에 누가 나를 위해 부엌에 서 있었다는 그게 받고 싶었던 거거든.
친구들한테 말하니까 반응이 둘로 갈려. 한 명은 누가 요즘 미역국 챙기냐고 가방이면 됐지 하고 다른 한 명은 그 한 그릇이 무슨 의미인지 남편이 알아야 한다고 해. 사실 미역국 끓이는 법은 영상 하나만 봐도 나오잖아. 그걸 한 번도 안 해보는 게 서운한 건지 내가 엄마 방식에 너무 매달리는 건지 나도 헷갈려. 남편한테 다시 말하면 선물 받고 투정 부리는 사람 될 것 같아서 망설여져. 이거 다시 꺼내도 되는 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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