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애 재우고 나왔더니 남편이 식탁에 앉아 있었음.
할 말 있다고 하더니 이혼하자고 함.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음.
싸운 것도 없고 바람 같은 것도 아님.
그냥 우리가 룸메이트 같대.
그 말 하는 얼굴이 너무 차분해서 더 무서웠음.
결혼 7년 차.
첫째 다섯 살 둘째 두 살.
둘째 낳고 나서 우리가 같이 한 게 뭐가 있었냐고 물음.
생각해보니 할 말이 없긴 했음.
나는 퇴근하면 애들 씻기고 재우고 그대로 같이 잠듦.
남편은 거실에서 혼자 맥주 마시다 소파에서 잠.
주말엔 각자 애 하나씩 맡아서 따로 다님.
마지막으로 둘이 밥 먹은 게 언제인지도 기억이 안 남.
나는 그게 육아 시기라 다들 그런 줄 알았음.
애들 좀 크면 다시 둘이 여행도 가고 그러면 되는 거라고.
남편은 그 좀 크면이 언제냐고 함.
자기는 2년 동안 나랑 눈 마주치고 대화한 게 손에 꼽는다고.
같이 살면서 이렇게 외로운 건 처음이라고..
솔직히 억울한 마음도 있음.
나도 지쳐서 그랬던 거고 남편이 외롭다고 먼저 말한 적도 없었음.
말도 안 하고 혼자 쌓아두다가 이혼부터 꺼내는 건 너무한 거 아님?
근데 또 남편 입장 생각하면 이해도 됨.
말했으면 나는 지금 그럴 여유 없다고 했을 거 같음..
일단 상담이라도 받아보자고 했고 남편은 생각해보겠다고 함.
다음 날 아침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애들 등원시키고 출근함.
그게 더 이상했음.
이거 내가 놓친 거임?
아니면 남편이 너무 쉽게 끝을 말하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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