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0주 넘어서 성별 들었어. 아들이래.
남편이 시댁 단톡에 바로 올렸는데 한 시간도 안 돼서 시아버지가 이름 세 개를 보내셨어. 집안 돌림자 넣은 이름이고 아는 분한테 부탁해서 받아온 거래. 장손이라고 엄청 기뻐하시더라. 어머님도 이름 좋다고 바로 답장하셨고. 단톡방에는 벌써 그중 한 이름에 하트가 줄줄이 달렸어. 남편도 그 이름은 괜찮다고 하더라.
근데 나는 이름만큼은 우리가 짓고 싶었거든. 태명 부를 때부터 남편이랑 이런 이름 어떠냐 얘기 많이 했어. 휴대폰 메모장에 후보도 열 개 넘게 적어놨고. 돌림자 들어간 이름은 솔직히 좀 옛날 느낌이기도 하고.
남편은 아버지가 저렇게 좋아하시는데 하나 골라드리면 안 되냐고 해. 돌림자는 집안 전통이라 자기도 사촌들도 다 그 돌림자로 컸대. 그 말 들으니까 또 마음이 약해지더라. 시아버지가 손주 이름 짓는 날만 기다리셨다는 얘기도 들었고.
친정엄마는 애 이름은 부모가 짓는 거라고 단호하게 말하라고 하시고.
중간안으로 돌림자는 넣고 나머지 한 글자만 우리가 고르자는 얘기도 나왔는데 그것도 반쯤 뺏긴 기분이야..
이름 하나로 시작부터 서운하게 해드리고 싶진 않아. 근데 평생 부를 이름인데 내 마음에 안 드는 걸로 정하는 것도 싫다.
내 아이 이름은 내가 짓고 싶은 마음이 욕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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