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귄 지 2년 된 남자친구 얘기야.
이 사람은 크게 싸우면 무조건 먼저 져줘.
메뉴 고르기 같은 작은 걸로 투닥거릴 땐 끝까지 따지면서 진짜 감정 상할 만한 싸움에서는 꼭 한발 물러나..
처음엔 그게 너무 좋았어.
친구들도 그런 남자 없다고 부러워했고ㅋㅋ
근데 얼마 전에 같이 살 집 문제로 크게 부딪혔을 때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나는 내 생각을 다 쏟아냈는데 이 사람은 한참 듣더니 '네가 원하는 대로 하자'로 끝내더라..
결국 내가 원하는 동네로 정했는데 마음이 하나도 안 편했어.
이긴 건 난데 진 기분이었달까.
그 동네가 이 사람 회사랑은 한 시간이나 떨어져 있거든.
나중에 물어보니까 자기는 이기는 것보다 우리가 안 싸우는 게 더 중요하대.
어릴 때 집에서 큰소리 나는 걸 자주 들어서 언성 높아지는 게 싫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 듣고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어..
근데 한편으로는 이 사람 진짜 속마음을 내가 영영 모르는 거 아닐까 싶어.
나만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이 사람은 삼키기만 하는 거면 그게 공평한 건지도 모르겠고.
친구 하나는 배부른 고민이라고 해.
져주는 사람 만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걸 고민하냐고.
다른 친구는 계속 참다가 한 번에 터지는 사람일 수도 있다고 걱정하고.
나는 둘 다 맞는 말 같아서 더 헷갈려..
져주는 연애 좋은 거 맞아?
아니면 한 번쯤은 끝까지 싸워보자고 말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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