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퇴근하면 씻기도 전에 냉장고부터 열어.
맥주 두 캔. 많으면 세 캔.
결혼하고 6년 동안 이게 거의 하루도 안 빠졌어.
취해서 소리 지르거나 그런 건 없어.
애 숙제도 봐주고 설거지도 하고 마시면서 웃긴 영상 보다가 자.
주말엔 애 데리고 공원도 잘 가고 집안일도 나보다 많이 하는 편이야.
남들이 들으면 그 정도면 양반이라고 할 거야.
근데 나는 그게 매일이라는 게 걸려.
올해 건강검진에서 술 좀 줄이라는 얘기도 들었고.
주말엔 낮부터 한 캔씩 따기 시작하니까 다섯 캔은 넘는 날도 있어..
일곱 살 딸이 아빠는 왜 맨날 그거 마시냐고 묻더라.
그래서 어제 평일만이라도 끊어보자고 했어.
남편은 하루 종일 회사에서 시달리고 오는데 이것까지 뺏냐고.
담배도 안 하고 게임도 안 하고 이게 유일한 낙이라는 거야.
틀린 말은 아니라서 더 할 말이 없었어.
시아버님은 매일 소주 한 병씩 드셨대. 그거에 비하면 자기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지.
나도 가끔 옆에서 한 캔씩 같이 마시니까 할 말이 없는 것도 있고.
솔직히 남편이 어디 가서 사고 치는 사람도 아니고 내가 너무 앞서 걱정하는 걸 수도 있어.
근데 애가 커서 저녁엔 원래 술 마시는 거라고 생각할까 봐 그게 마음에 걸려..
매일 두세 캔 정도면 그냥 둬도 되는 거야?
아니면 지금 줄이자고 하는 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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