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현관문 앞에서 오 분씩 서 있다가 들어가..
들어가면 할 말이 없거든..
와이프랑 마지막으로 웃으면서 얘기한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나..
싸우는 것도 아니야..
필요한 말만 해. 애 학원비 냈어? 내일 늦어? 이 정도.
주말엔 각자 폰 보다가 하루 끝남..
처음엔 내가 바빠서 그런 줄 알았어.
야근 줄이고 일찍 들어가 봤는데 달라지는 건 없더라..
같이 여행 가자고 했더니 애 시험 끝나고 보자고 하고.
그 시험이 벌써 몇 번째 끝났는지..
와이프 입장도 알긴 알아.
애 키우면서 일까지 하니까 지칠 만하지..
내가 신혼 때 회식이다 출장이다 집을 많이 비운 것도 사실이고.
그때 혼자 버틴 게 쌓였을 수도 있어..
근데 나도 사람이라..
남은 삼십 년을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다.
제일 걸리는 건 애..
이제 초등학교 3학년.
엄마 아빠 사이 이상한 거 벌써 눈치챈 것 같고..
이혼하면 애가 받을 상처가 제일 무서워.
그렇다고 이대로 사는 게 애한테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상담 같이 가보자고 말해볼까 했는데
그 말 꺼내는 순간 진짜 끝날 것 같아서 못 하고 있어..
친구들한테 얘기하면 다들 애 보고 살라고 해.
근데 애 보고 산다는 게 뭔지 모르겠어..
매일 같은 집에서 남처럼 지내는 게 그건가..
헤어지자고 할 용기가 없는 건지 아직 미련이 남은 건지 나도 헷갈려..
비슷한 상황이었던 사람들은 어떻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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