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시댁 가면 동서랑 같이 부엌일을 해요.
동서는 늘 웃는 얼굴이에요. 목소리도 작고 말투도 상냥해요. 그런데 할 말은 하나도 안 빼놓고 다 해요.
이번 추석에 어머님이 전 부치는 걸 형님인 저한테 맡기셨어요. 동서는 웃으면서 '어머님 저는 설거지만 할게요. 전은 형님이 잘하시잖아요' 하더니 정말 설거지만 하고 거실로 갔어요. 작년에 동서가 전을 다 부쳤으니 이번엔 제 차례라는 거예요. 몇 시간 했는지까지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남편한테 동서 좀 무섭다고 했더니 남편은 오히려 깔끔해서 좋대요. 서로 서운할 일 안 만들고 정확하게 나누는 게 뭐가 문제냐고요.
틀린 말은 아니에요. 저도 일을 혼자 떠안는 건 싫거든요. 그런데 웃으면서 칼같이 선 긋는 걸 보면 왜 이렇게 서늘한지 모르겠어요. 저였으면 그냥 같이 했을 것 같아서요.
제가 정이 많은 건가요 아니면 동서가 정이 없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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