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에서 저녁 먹는데 아버지가 또 물으셨어요. 이번엔 누구 찍을 거냐고.
아버지는 정치 뉴스를 하루 종일 틀어두시는 분이에요.
자식들이 어느 쪽 찍는지 꼭 확인하고 싶어 하시고.
형은 아버지랑 생각이 같아서 대답도 시원하게 하고요.
형이 대답할 때마다 아버지가 흐뭇해하시는 게 보여요.
작년 명절에도 비슷한 일로 한 번 언성이 높아진 적이 있어요.
저는 그냥 투표는 비밀이잖아요 하고 웃었어요.
그랬더니 아버지 표정이 확 굳으셨어요.
가족끼리 그것도 못 물어보냐고. 내가 너 키운 게 몇 년인데 그러시더라고요..
그 뒤로 밥상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고.
솔직히 좀 억울하더라.
제 입장은 간단해요.
누구 찍는다고 말하는 순간 그 얘기로 몇 시간 토론이 시작돼요.
아버지랑 생각이 다르면 더 길어지고요.
말 안 하는 게 싸움 피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엄마는 아버지가 서운해서 그러는 거라고 하시네요.
자식이랑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대충이라도 말해주면 되지 않냐고.
생각해보면 아버지 입장에선 벽을 치는 걸로 느끼셨을 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투표만큼은 혼자 정하고 혼자 간직하고 싶은 마음.
다음 주에 또 본가 가야 하는데 벌써 걱정이에요.
가족이 누구 찍냐고 물으면 말해주는 편이에요?
아니면 끝까지 비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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