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직장인임.
스물여섯부터 월급 절반 넘게 모아서 굴려옴.
몇 년 전부터 계산기 두드려봤는데 이대로면 마흔셋쯤 회사 나와도 아껴 살면 버틸 수 있겠다는 결론.
문제는 부모님.
지난 명절에 조심스럽게 얘기 꺼냈는데 아버지 첫 마디가 그럼 우리는 어떡하냐였음.
지금 매달 부모님 생활비를 조금씩 보내고 있음.
누나는 아이 둘 키우느라 여유가 없어서 사실상 내가 맡고 있는 상황.
부모님 입장에선 아들 월급이 끊긴다는 게 곧 우리 생활비가 끊긴다는 얘기로 들린 거임.
나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님.
그래서 계획에 부모님 생활비도 넣어서 계산했다고 보여드렸음.
근데 숫자 보여드려도 회사 나온 사람이 무슨 수로 돈이 계속 나오냐고 믿지를 않으심.
어머니는 아예 장가나 가라고 하심.
결혼하면 돈 들 데가 얼마나 많은데 무슨 은퇴냐고.
솔직히 서운했음.
십 년 넘게 아끼면서 버틴 이유가 이건데 그 얘기는 아무도 안 궁금해함.
한편으로는 부모님이 불안해하시는 것도 이해됨.
본인들도 노후 준비가 넉넉하지 않으니 매달 들어오는 돈 하나가 얼마나 큰지 아는 거다.
그래서 완전히 그만두는 대신 일을 줄이는 방향도 생각 중.
주 사흘만 일하는 자리를 구하면 부모님 생활비 정도는 계속 드릴 수 있음.
근데 그건 또 내가 원한 그림이 아님.
회사 밖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 따로 있어서 시간이 필요한 거라.
부모님 생활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파이어 꿈꾸면 안 되는 거임?
다들 이런 상황이면 계획 미룸? 아니면 그대로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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