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카드 명세서 보고 둘 다 말이 없어졌어요.
외식이랑 배달이 절반 넘게 차지하고 있었거든요.
둘 다 일하니까 저녁은 대충 시켜 먹는 게 습관이 돼 있었던 거죠.
그날 저녁 남편이 한마디 하더라고요.
이제 집밥 먹자고.
솔직히 맞는 말이에요..
간이 세지도 않고 먹고 나서 속도 편하고.
다음 날 아침에 몸이 가벼운 것도 느껴지고.
지난 주말에 된장찌개 하나 끓였더니 남편이 두 그릇 비우고는
역시 집밥이 최고라고..
그 말 듣는데 기분이 묘하더라..
문제는 평일이에요.
저도 퇴근하면 일곱 시 반.
장 보고 손질하고 끓이고 치우면 아홉 시 넘어요..
남편은 자기가 설거지는 하겠다는데
메뉴 정하기랑 장보기랑 냉장고 관리는 다 제 몫이 되더라고요.
뭐 먹을지 고민하는 것부터가 일이에요.
설거지 십오 분이랑
나머지 한 시간 반..
남편 입장도 알아요.
둘이 모으자고 한 돈이 자꾸 새니까 뭐라도 바꾸고 싶은 거.
그리고 진짜 집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억지로 하는 말도 아니고.
회사 근처 식당 밥이 짜고 기름져서 더 그리운 것 같기도 해요.
매끼 밥상이 차려져 나오던 집에서 자라서 그런지
밥은 그냥 나오는 거라는 감각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같이 하자고 하면 칼질이 서툴다고 웃으면서 빠지고.
그래서 제안했어요.
평일 이틀은 당신이 메뉴부터 장보기까지 다 하라고.
남편은 그럼 그날은 그냥 시켜 먹자고..
결국 원점.
그날 저녁은 둘이 말없이 라면 끓여 먹었어요.
돈 아끼자는 말에는 저도 찬성인데
그 절약이 제 저녁 시간을 갈아 넣는 거라면 좀 다르게 들려요.
주말에 반찬을 몰아서 해두자는 얘기도 나왔는데 그 주말이 또 제 주말이고.
반찬가게 이용하자니 그게 또 돈이고..
다들 집밥 해 먹는 집은 어떻게 나눠요?
요리 못하는 쪽도 메뉴랑 장보기는 맡는 게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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