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는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사촌 누나가 한 명 있다.
어릴 때 남편을 거의 키우다시피 했다고 들었다. 시댁에서도 그 누나 얘기는 늘 고마운 사람으로 나온다.
봄에 그 누나가 지방에서 하던 가게를 정리하고 올라왔다.
새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만 지내겠다고 해서 작은방을 내줬다. 처음엔 한 달 얘기였다.
지금은 석 달째다.
누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설거지도 하고 주말엔 반찬도 만들어 둔다.
생활비 하라며 봉투를 내민 적도 있는데 남편이 손사래를 쳐서 돌려보냈다.
문제는 내가 우리 집에서 쉬지를 못한다는 거다.
퇴근하면 거실에 누나가 있고 씻고 나와도 누나가 있다.
남편이랑 사소하게 다투고 싶어도 소리가 들릴까 봐 말을 삼킨다.
주말에 늘어져 있고 싶은데 괜히 눈치가 보여 옷을 갖춰 입는다.
지난주는 남편 생일이었다. 둘이 외식하자고 했더니 남편이 누나도 같이 가자고 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셋이 갔다. 케이크 앞에서 사진을 찍는데 이게 맞나 싶었다.
남편한테 조심스럽게 꺼냈더니 서운해했다.
누나가 지금 제일 힘든 시기인데 어떻게 나가라고 하냐고.
자기가 어릴 때 받은 걸 생각하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틀린 말은 아니라서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기한 없이 이렇게 지내는 건 자신이 없다..
날짜라도 정해 달라고 말하는 게 그렇게 야박한 걸까.
여러분이면 언제쯤 어떻게 말을 꺼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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