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는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가 하나 있어.
처음 본 게 스무 살 때였는데 그 뒤로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다시 봐ㅋㅋ
볼 때마다 새로운 장면이 보이거든.
남친이랑 사귄 지 반년 돼서 드디어 같이 보자고 했어.
전날엔 일찍 자라고 문자까지 보냈어.
간식도 미리 사다 놓고 불도 끄고 분위기 다 잡았지.
근데 이십 분쯤 지나서 옆을 봤는데 남친이 자고 있는 거야ㅋㅋ
처음엔 웃겼어. 피곤했나 보다 하고.
근데 깨워서 다시 보자 했더니 또 졸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 나올 때 한 번 더 깨웠는데 눈 반쯤 감고 보더라.
결국 끝까지 나 혼자 봤어ㅠㅠ
끝나고 나서 어땠냐고 물어보니까 화면은 예쁘던데 너무 느리대.
솔직히 좀 서운했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라고 몇 번이나 말했거든..
남친은 미안하다고 했어. 자기는 원래 긴 영화를 못 본대.
대신 자기가 좋아하는 액션 영화 볼 때 나도 졸았던 적 있잖냐고 하더라ㅋㅋ
그건 할 말이 없더라..
남친은 미안했는지 다음 주에 다시 보자고 하긴 했어.
근데 억지로 보는 거면 그것도 싫은 거 있지.
친구들은 커플끼리 취향 맞는 거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던데 우린 그게 뭘까 싶기도 하고.
취향 안 맞는 건 어쩔 수 없는데 그래도 좀 서운해ㅠㅠ
이거 서운해해도 되는 거야? 아니면 그냥 웃고 넘길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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