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서른두 해 다닌 회사를 지난봄에 그만뒀어.
처음 한 달은 좋았지.
늦잠 자고 같이 장 보고 점심도 둘이 먹고.
신혼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친구들한테 자랑도 했어요.
문제는 두 달째부터야.
내가 화요일 목요일마다 동네 수영장에 다니거든.
거기를 따라 등록하겠다는 거야.
친구들이랑 하는 뜨개 모임에도 구경 가도 되냐고 묻고.
나한테 그 시간은 숨 쉬는 시간이었어요.
삼십 년 넘게 애 키우고 살림하면서 겨우 만든 내 자리.
남편은 서운한 얼굴로 그러더라.
평생 일만 하다 이제 당신이랑 좀 지내보려는데 왜 밀어내냐고.
틀린 말은 아니라서 할 말이 없더라고요.
회사 사람들 말고는 친구도 별로 없는 사람이고.
퇴직하고 나서 걸려 오는 전화도 확 줄었대.
그 얘기 들으니 마음이 또 약해지더라.
아들은 엄마가 조금만 맞춰드리라 하고
딸은 아빠도 혼자 노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하고.
나도 남편이 미운 건 아니야.
다만 하루 종일 같이 있으니까 내가 없어지는 기분이 들어.
그게 제 솔직한 마음입니다.
어제 저녁에 얘기를 꺼내볼까 하다가 또 삼켰어요.
수영은 따로 하고 주말 등산을 같이 다니자고 하면 될까.
아니면 처음 몇 달은 그냥 같이 다녀줘야 하나.
퇴직한 남편 둔 분들은 어떻게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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