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도서관 글쓰기 모임에 나간 지 반년쯤 됐다.
한 달에 한 번 각자 단편을 써 와서 돌려 읽고 합평하는 모임이다.
멤버는 여섯 명이고 나이도 하는 일도 다 다르다.
분위기는 좋다. 한 사람만 빼면.
그 멤버는 해외 작법서를 열 권 넘게 읽었다고 한다.
합평 때마다 책에 나온 규칙을 꺼낸다.
첫 문단에 갈등을 넣어라.
주인공은 반드시 원하는 게 있어야 한다.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
틀린 말은 아니다. 나도 그 말 듣고 고친 문장이 꽤 있다.
문제는 이번 내 단편이었다.
할머니가 하루 종일 마당을 쓰는 이야기라 큰 사건이 없다.
일부러 그렇게 썼다. 조용히 흘러가다 마지막에 살짝 흔들리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그 멤버가 '이건 이야기가 아니라 스케치예요' 하더니
중간에 사건 하나를 넣고 할머니가 뭘 원하는지 첫 장에 밝히라고 했다.
다른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만 조용히 원고를 접었다.
집에 와서 다시 읽어보니 그 말대로 고치면 읽기는 편할 것 같다.
그날 밤 두 번이나 고쳐 쓰다가 결국 원래대로 되돌렸다.
근데 그러면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이 아니게 된다.
그 멤버 말로는 규칙을 알고 깨는 거랑 몰라서 안 지키는 건 다르다고 한다.
나는 내가 어느 쪽인지 솔직히 모르겠다..
합평에서 나온 말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해요?
규칙대로 고치는 게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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