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째 아버지와 연락을 못 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집이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회사 근처 오래된 아파트를 보러 다니다가 지난봄 계약했습니다.
대출이 집값의 절반 가까이 되지만 둘이 버는 돈으로 매달 갚을 계산은 다 해 뒀습니다.
아버지께 말씀드린 건 가계약 직전이었는데 듣자마자 얼굴이 굳으시더라.
아버지는 젊을 때 빚보증을 잘못 서서 집을 날리신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 십 년 넘게 셋방을 전전했고 저도 그 시절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빚 내서 집 사는 건 절대 안 된다는 말씀을 평생 하셨지.
이번에도 돈을 더 모아서 현금으로 사라고 하셨습니다.
저희 형편에 그러려면 적어도 십 년은 더 걸립니다.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렇게 모으는 동안 집값이 더 오르면 영영 못 살 거라고 봤거든요.
그 얘기를 하다가 언성이 높아졌고 아버지가 그럴 거면 앞으로 집에 오지 말라고 하셨어.
저도 홧김에 제 인생은 제가 알아서 하겠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계약은 예정대로 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너 걱정돼서 저러는 거라며 먼저 숙이라고 하십니다.
아내는 자기 때문에 일이 커진 것 같다며 미안해합니다.
명절이 코앞인데 이대로면 처음으로 본가에 안 가는 명절이 될 것 같습니다.
머리로는 압니다. 아버지 눈에는 자식이 당신이 겪은 길로 걸어 들어가는 걸로 보였을 거야.
그래도 다 큰 자식이 상의드린 일에 연을 끊겠다는 말까지 들으니 저도 쉽게 숙여지지가 않습니다.
이사 날짜는 다음 달입니다.
제가 먼저 찾아가서 사과드리는 게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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