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랑 같이 산 지 반년.
같이 살기 전엔 몰랐는데 이 사람 소리에 엄청 예민해. 내가 컵 내려놓는 소리나 서랍 닫는 소리에도 어깨가 움찔해. 처음엔 그냥 깜짝 놀라는 줄 알았어.. 연애할 땐 주로 밖에서 만나서 몰랐던 것 같아.
한번은 내가 설거지하다 냄비 뚜껑을 떨어뜨렸는데 애인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한참 말을 못 하더라. 그날은 나도 놀라서 같이 멍하니 서 있었어.
근데 점점 말이 날카로워지더라. 그거 좀 살살 하면 안 되냐고. 나는 평범하게 닫은 건데..
어느 날 밤에 얘기를 길게 했어. 어릴 때 집이 늘 시끄러웠대. 문 쾅 닫는 소리 그릇 부딪히는 소리. 그래서 큰 소리가 나면 몸이 먼저 굳는대. 머리로는 아는데 반응이 먼저 나온다고.
그 얘기 듣고 미안해서 한동안 엄청 조심했어. 발뒤꿈치 들고 걷고 그릇도 천천히 내려놓고. 근데 두 달쯤 되니까 내가 지치더라. 내 집인데 숨 쉬는 것도 눈치 보는 느낌..
애인은 자기도 고치려고 상담 알아보는 중이래. 그동안만 조금 맞춰달래. 주말에 청소기 돌릴 때도 미리 말해주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대.
나도 맞춰주고 싶은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야. 친구 하나는 내가 너무 참는다고 하고 다른 친구는 애인이 제일 힘들 거라고 하고..
이럴 때 어디까지 맞춰주는 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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