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퇴직하던 해 봄이었다. 통장에 묵혀두면 아깝다며 삼천만 원을 내 계좌로 보내셨다. 너는 경제 기사도 챙겨 보니까 알아서 굴려보라고 하셨다.
처음엔 예금에만 넣어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회사 동료들이 하나같이 수익 인증을 올리니까 마음이 흔들렸다. 절반을 우량주라는 종목 세 개에 나눠 넣었다. 석 달 만에 그 절반에서 이백만 원 넘게 빠졌다.
지난 주말 아빠가 잔고를 보여달라고 하셨다. 화면을 본 아빠 얼굴이 굳었다. 맡긴 건 굴리라는 거였지 날리라는 게 아니었다고 하셨다. 모자란 건 내 월급에서 채워 넣으라고 하셨다. 그날 저녁 아빠는 밥을 반도 안 드셨다.
솔직히 억울하다. 굴려보라고 한 건 아빠였다. 주식을 해도 되냐고 물었을 때 네 판단에 맡긴다고 하신 것도 기억한다. 아직 팔지도 않았으니 손실이 확정된 것도 아니다. 예금에 넣어둔 나머지 절반에는 이자도 꼬박꼬박 붙었다.
언니 생각은 다르다. 아빠한테 그 돈은 노후 자금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아빠 친구분 중에 주식으로 크게 잃은 분이 있다는 얘기도 그때 처음 들었다. 이백만 원이 너한테는 몇 달 아끼면 되는 돈이어도 아빠한테는 잠 못 자게 하는 돈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할 말이 없어졌다..
엄마는 원금만 맞춰 드리고 끝내라고 한다. 그러려면 내 적금을 깨야 한다. 깨는 게 맞나 싶어 며칠째 은행 앱만 들여다보는 중이야.
맡긴 사람과 맡은 사람 중에 손실은 누가 지는 게 맞다고 봐?
댓글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