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전셋집 보러 다니다가 조건 미친 집을 하나 찾음.
역 가깝고 시세보다 이천 정도 쌈.
집도 깨끗하고 해도 잘 들어옴.
회사까지 지하철로 이십 분이라 처음엔 바로 계약하려고 했음.
근데 집주인 할아버지가 바로 아래층에 사심.
계약 얘기 나오니까 종이 한 장을 내미시더라..
거기 적힌 게 대충 이랬음.
밤 열 시 넘어서 세탁기 금지
친구 자고 가는 거 금지
생선 굽기 금지
여행 가면 미리 알릴 것
분기마다 한 번씩 집 상태 보러 올라감
읽는 순간 좀 소름 돋았음..
같이 간 엄마는 오히려 괜찮다고 함.
집 아끼는 주인이면 보일러 고장 나도 바로 고쳐주고 보증금 떼일 걱정도 없다고.
연락 두절되는 집주인보다 백배 낫대.
할아버지 말투도 엄청 점잖으셨음.
"전에 살던 분이 벽에 곰팡이를 잔뜩 피워놓고 나가셔서 그렇습니다" 하시는데 그 말 들으니 이해는 감..
근데 나는 내 돈 내고 사는 집인데 친구도 못 재우고 여행 일정까지 보고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분기마다 집 안에 들어오는 건 더 걸리고.
집주인 입장에선 수억 맡긴 집이니까 그럴 수 있다는 것도 머리로는 앎.
부동산 사장님은 저런 분들이 오히려 편하다면서 웃기만 하심..
거절하면 이 가격에 이 조건 다시 못 구할 것 같아서 며칠째 고민 중..
엄마랑은 이 얘기로 어제 또 싸웠다.
솔직히 나도 내가 예민한 건지 모르겠어..
너네 같으면 이 집 계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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