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대출 끼고 아파트 하나 샀어. 둘이 맞벌이로 7년 모은 돈에 주담대 4억 얹어서 겨우 맞춘 거야.
계약서 쓸 때는 뭐라도 이룬 줄 알았다. 근데 입주하고 반년 지나니까 매달 원리금 이백삼십이 그냥 빠져나가고 남는 게 없더라.
외식 끊었고 여름휴가도 건너뛰었다. 차 바꾸려던 건 말도 못 꺼냄. 퇴근하고 거실에 앉아 있으면 이게 내 집인지 은행 집인지 모르겠어..
와이프는 생각이 완전 달라. 월세로 날리던 돈이 이제 우리 자산으로 쌓이는 거고 10년만 버티면 숨통 트인다고. 시세 앱 열어서 몇 천 올랐다고 보여주는데 나는 손에 잡히는 돈이 아니라서 별 감흥이 없지.
비교하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친구 하나는 반전세 살면서 해마다 해외여행 다니고 주말마다 캠핑 감. 걔는 집 걱정 없이 산다는데 표정이 나보다 훨씬 편해 보여..
그렇다고 팔자는 건 말도 안 되고 와이프 말이 맞을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아. 지금 안 샀으면 나중엔 아예 못 샀을 수도 있고.
그냥 집 산 뒤로 삶이 더 쪼그라든 느낌이 드는 게 나만 그런 건가 싶다.
집 산 사람들 몇 년 지나면 그래도 버틸 만했다는 생각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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