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셋인데 근래 들어 옷 욕심이 부쩍 늘었어요. 젊을 때는 애들 키우고 대출 갚느라 제 옷은 늘 마트 매대에서 집어 왔거든요. 이제 애들 다 컸고 제가 버는 돈도 조금 있으니 계절 바뀔 때마다 한두 벌씩 사요. 비싼 데 말고 아울렛이나 인터넷으로요. 한 벌에 오륙만 원 정도고 한 달에 이십만 원은 안 넘기려고 해요.
그런데 지난 주말에 대학 다니는 딸이 제 옷장 문을 열어 보더니 엄마 이거 다 언제 입냐고 하더라고요. 태그도 안 뗀 블라우스가 두 벌 걸려 있었던 건 맞아요. 딸 말로는 엄마 나이엔 좋은 거 몇 벌만 두고 돌려 입는 게 더 멋있대요. 남편도 옆에서 옷장 터지겠다며 거들고요. 남편 말은 옷값보다 안방에 옷장을 하나 더 들여야 하는 게 문제래요. 방이 좁아서 지금도 문이 다 안 열리거든요. 둘 다 웃으면서 한 말이라 화낼 일은 아닌데 이상하게 서운하더라.
저도 알아요. 안 입는 옷이 있다는 거. 근데 거울 앞에서 이것저것 대보는 시간이 요즘 제 낙이에요. 젊을 때 못 해본 걸 이제야 해보는 기분이라 쉽게 끊어지지가 않네요. 친구들 모임에 새 옷 입고 나가면 다들 잘 어울린다고 해주는 것도 좋고요. 그렇다고 딸 말이 틀린 것도 아니라서 지난주에 안 입는 옷 몇 벌은 골라서 정리함에 넣어두긴 했어요. 딸 말처럼 정리하고 몇 벌만 두는 게 맞는 건지 남한테 피해 안 주는 선에서 즐기면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중년에 옷 욕심 내는 거 주책일까요? 아니면 이제라도 누릴 만한 걸까요?
댓글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