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계단에서 할머니 한 분이 장바구니를 낑낑 들고 계셨음.
그냥 지나치기 뭐해서 들어드린다고 했지.
근데 마지막 계단에서 손잡이가 툭 끊어짐.
계란 한 판이랑 유리병 하나가 박살 남.
손잡이가 낡은 건 할머니도 몰랐다고 하셨고 나도 그걸 미리 볼 틈은 없었음.
할머니는 고맙다고 하시면서도 표정이 굳으셨음.
결국 계란값이라도 달라고 하셔서 만오천 원 드림.
옆에 있던 친구는 도와준 사람한테 돈을 받는 게 말이 되냐고 화냄.
할머니한테 한마디 하려는 걸 내가 겨우 말렸어.
나는 어쨌든 내 손에서 깨진 거니까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
집에 와서 생각하니 좀 씁쓸하긴 함.
다음에 또 그런 분 보면 선뜻 도와드릴 수 있을까 싶고.
근데 할머니 입장에선 장 본 게 다 날아간 거니까 이해도 감.
이거 물어드린 게 맞았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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