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끝나고 원서 쓰는 중이야.
점수가 애매하게 나와서 선택지가 딱 두 개로 좁혀졌어.
하나는 다들 이름 들으면 아는 학교인데 과는 점수 맞춰서 남는 곳.
솔직히 그 과에서 뭘 배우는지도 잘 몰라.
학과 소개 페이지 봤는데 과목 이름만 잔뜩이라 더 막막했어.
다른 하나는 이름은 덜 알려졌어도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하고 싶었던 디자인 쪽 과가 있는 학교.
교수님들 작업도 찾아봤고 졸업 전시 사진 보고 가슴이 좀 뛰었어.
대신 집에서 왕복 세 시간이라 자취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다 돈이야.
부모님은 무조건 간판 쪽이야.
들어가서 전과하면 되고 나중에 취업할 때 학교 이름이 문이라도 열어준다는 거지.
엄마는 재수까지 했는데 이름 있는 데 가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어.
그 말 듣고 좀 찔렸어.
담임 쌤도 비슷한 얘기 하시더라.
틀린 말이 아니라서 더 고민돼.
근데 나는 4년 동안 관심 없는 수업 듣고 버틸 자신이 없어.
전과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얘기 많이 들었고.
재수 학원에서 같이 공부한 형이 간판 보고 갔다가 1년 만에 다시 수능 준비하는 것도 봤고.
하고 싶은 걸 하면 성적도 따라오지 않을까 싶은 마음.
친구들도 반반으로 갈려.
간판은 평생 간다는 쪽이랑 결국 실력이라는 쪽.
한 친구는 이름 보고 간 학교에서 오히려 하고 싶은 걸 찾았대.
그 얘기 들으니까 더 헷갈려.
마감까지 일주일 남았어.
너라면 어디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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