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기 하나가 석 달 전에 회사를 그만뒀다.
권고사직에 가까웠다고 들었다.
지금은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다음 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다.
이력서를 스무 군데 넘게 넣었는데 연락 온 곳은 두 군데뿐이라고 했다.
그 친구가 지난주 단톡방에 사진을 올렸다.
바닷가 숙소 창밖 풍경이었다.
닷새짜리 해외여행이라고 했다.
오래 미뤄둔 여행이라 이번 아니면 못 갈 것 같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단톡방 분위기가 미묘하게 갈렸다.
한 명은 부럽다며 이모티콘을 보냈고 다른 한 명은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날 밤 말 안 한 쪽이 나한테 따로 연락했다.
나랏돈 받으면서 여행 다니는 건 좀 아니지 않냐는 얘기였다.
솔직히 나도 처음엔 그런 생각이 스쳤다.
우리는 매일 출근해서 꼬박꼬박 세금 내는데 하는 마음.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친구도 몇 년 동안 보험료를 냈던 사람이다.
받을 만해서 받는 거고 여행 경비는 따로 모아둔 돈일 수도 있다.
쉬는 동안 머리 식히고 오는 게 오히려 다음 일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문제는 며칠 뒤 단톡방에서 누가 농담처럼 한마디 던지면서 시작됐다.
실업급여 여행 좋네.
여행 간 친구는 방을 나가지는 않았지만 그 뒤로 말이 없다.
나는 중간에서 아무 말도 못 했다.
편들자니 얄밉다는 친구 마음도 알겠고 가만있자니 여행 간 친구가 안쓰럽다.
둘 다 오래 본 친구라 더 어렵다.
실업급여 받는 동안 여행 가는 거 다들 어떻게 봐?
그리고 친구 사이에서 이런 얘기 꺼내는 게 맞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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