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6년 동안 돈 관리는 제가 했습니다.
원칙은 하나였습니다. 잃지 않는다. 월급 들어오면 생활비 빼고 전부 예금과 적금에 넣었습니다. 덕분에 빚 없이 전세 보증금도 모았고 급한 병원비가 생겼을 때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아내가 서운한 얘기를 꺼냈습니다. 회사 동료들은 몇 년 사이 주식이랑 펀드로 돈을 꽤 불렸는데 우리만 제자리라는 겁니다. 아내 동료 중 한 명은 그 돈으로 더 넓은 집으로 이사까지 갔다고 합니다. 경기 좋을 때 올라타지 못한 것도 실력이라고. 그때 자기가 조금이라도 넣어보자 했을 때 내가 막지 않았냐고. 지난주엔 처가 식구들 앞에서도 그 얘기가 나와서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할 말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때 넣었으면 올랐을지 떨어졌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번 사람 얘기만 들리고 잃은 사람 얘기는 원래 잘 안 들리는 법이고요. 솔직히 억울하기도 해.
근데 아내 말도 이해는 갑니다. 물가는 오르는데 이자는 제자리고 아내가 의견 낼 때마다 제가 위험하다고 잘라버린 것도 사실입니다. 같이 버는 돈인데 결정은 늘 제가 했으니까요.
아내는 이제부터라도 절반은 투자하자고 하고 저는 아직도 무섭습니다. 주변에서 크게 잃은 사람을 직접 본 것도 있어서요.
이거 제가 너무 겁이 많았던 겁니까? 아니면 지킨 것도 잘한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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