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어제 저녁에 노트북 화면을 보여줌
나라 이름이랑 날짜가 빽빽하게 적힌 표였음
퇴사하고 1년 동안 둘이 세계를 돌자는 계획이었음
남편은 회사 다닌 지 9년 차
번아웃이 왔다는 말을 여러 번 하긴 했음
지금 아니면 체력 있을 때 못 간다고 모아둔 돈 일부 쓰면 충분하다고 함
나는 듣는 내내 머릿속으로 계산기만 두드렸음
둘 다 그만두면 돌아와서 일자리는 어쩌지
전세 만기도 내년이고 부모님 연세도 있음
나는 지금 회사가 좋아서 그만두고 싶지도 않음
남편은 내가 같이 안 가면 혼자라도 가겠다고 함
그 말이 서운하면서도 이해가 돼서 더 복잡함
남편이 얼마나 지쳤는지 옆에서 다 봤으니까
같이 가야 할까 아니면 각자 선택하자고 해야 할까
너네라면 어떻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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