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저녁이었습니다. 남편이랑 밥 먹다가 새로 나온다는 안마의자 광고를 같이 봤습니다. 가격이 삼백만 원대 후반이었습니다. 남편이 먼저 웃더군요. 저걸 누가 사냐고요. 저도 맞장구쳤습니다.
그런데 지난주에 카드 문자가 하나 왔습니다. 예약금 오십만 원 결제. 물건 이름을 보니 그 의자였습니다. 솔직히 좀 어이없었음.
물어보니 남편은 생각보다 담담했습니다. 몇 달째 허리가 계속 아팠다고 합니다. 병원비랑 마사지 받는 돈을 합치면 몇 년이면 뽑는다고 계산까지 해왔습니다. 자기 용돈 모은 돈이라 생활비는 안 건드린다고도 했습니다.
듣다 보니 일리는 있었습니다. 남편이 허리 때문에 고생한 것도 압니다. 밤마다 파스 붙여주던 사람이 저였으니까요. 문제는 순서입니다. 같이 비웃던 물건을 저한테 한마디 없이 예약했다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그날 저녁에 같이 웃었던 게 저만 진심이었나 싶기도 하고요. 거실 한쪽을 다 차지할 물건인데 자리 비우는 건 또 제 몫이고요.
친구들 반응도 갈렸습니다. 자기 용돈으로 산 거면 뭐라 할 일 아니라는 친구가 있었고 큰 물건은 들이기 전에 상의하는 게 기본이라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친정엄마는 남편 허리 생각하면 잘 샀다며 오히려 제 편을 안 들어주셨고요.
남편은 서운하면 취소하겠다고 합니다. 막상 취소하라고 하자니 제가 쪼잔한 사람이 되는 것 같더라. 이게 맞나 싶음.
여러분이라면 그냥 웃고 넘어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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