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까지 주식을 한 주도 사본 적이 없습니다. 월급이 들어오면 정해둔 만큼 적금으로 넣고 남는 돈은 비상금 통장에 둡니다. 그렇게 십 년 가까이 살았고 큰 불만은 없었어요.
그런데 지난 몇 달 사이에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점심시간마다 팀원들이 수익률 얘기를 하고 누가 얼마를 벌었다더라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처음엔 듣기만 했는데 요새는 저한테 직접 물어봅니다. 아직도 안 하냐고. 그러다 혼자 뒤처진다고. 한 선배는 예금만 하는 건 가만히 앉아서 돈을 잃는 거라고까지 하더군요.
솔직히 흔들리긴 합니다. 같은 월급 받는 동기가 몇 달 만에 제 일 년 이자보다 더 벌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속이 쓰려요. 그럴 때면 나만 바보인가 싶더라. 집에 와서 계좌 개설 화면까지 켰다가 끈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망설이는 이유가 있어요. 제가 고등학생 때 아버지가 주식으로 크게 손해를 보셨고 그 뒤로 집안 분위기가 한동안 많이 어두웠습니다. 저는 잃을 때 버틸 자신이 없습니다. 오를 때 얘기만 들리고 떨어질 때 얘기는 잘 안 들리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요. 아내도 하지 말라는 쪽은 아니지만 굳이 하라는 쪽도 아닙니다.
주변에서는 제가 너무 겁이 많다고 해요. 제 방식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남들 다 할 때 안 하는 것도 고집일 수 있겠다 싶기도 하네요.
소액이라도 시작하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지금처럼 제 속도대로 가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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