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13] 출신대학 차별 말자는 취지는 좋지만…깜깜이 채용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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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벌이 아닌 실력에 기초한 인재의 채용은 마땅히 우리 사회의 제 1 과제가 되어야 한다. 블라인드 채용 역시 대승적 차원에서 옳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논의되고 있는 정책에는 몇 가지 독약이 들어있다.

  1. 학벌은 블라인드가 되는데 학점은 블라인드가 되지 않는다. 각 학교마다 학생들의 성취도가 다르고 과목도 다르며 그 과목이 커버하는 내용의 난이도/ 양도 다르다. 재수강 방법 등의 세부적인 학사 정책 역시 상이하다. 성적의 분포 역시 다르다. 즉 학교가 밝혀지지 않는 상태에서 학점만을 통해 지원자의 우수도와 성실성을 판단한다는 것은 객관성이 결여된다. 예를 들어 어느 학교에서 A를 맞은 학생의 객관적인 능력이 다른 학교에서 B를 맞은 학생의 능력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보안하기 위해서는 각 학교의 성취도와 학점의 비율 등을 고려하여 원점수인 학점이 조정되어야 한다.

  2. 학벌 블라인드의 실효성 문제이다. 학벌을 숨긴다 하자. 그런데 학벌을 대신해서 보게 되는 과목명, 동아리명, 학회명, 각종 교내 활동 내역에 뜨는 학교명 역시 모두 막을 수 있을까. 제재라는 것은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야 내려지는 조치이다. 제재는 언제나까지나 과거에 일어났던 문제들을 해결하지 위한 방안이며, 앞으로 일어날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예상할 수도 또 막을 수도 없다. 학벌을 막게 된다면 자신의 학벌을 드러내길 원하는 지원자들의 경우 어떻게든 학벌 블라인드 제재를 뚫고 방안을 찾아낼 것이고, 이것까지 예방할 수는 없을 것이다.

  3. 학벌 블라인드는 하면서 지역인재 할당은 왜 하는건가. 학벌 블라인드는 실력을 최우선으로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취지가 있었기에 환영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채용 과정에서 뜬금없이 ‘공공기관이 거기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지역 출신의 지원자를 뽑는다는 것은 실력 중심의 채용이라는 정책 방향에 크게 어긋난다. 학벌을 보지 않는다면 지방 대학 출신자들도 서울권 대학 출신자들에 비해 불리할 게 없어진다. 불리한 것이 없는데도 채용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면 이것이야말로 특혜라 할 수 있다. 학벌이 높은 지원자 위주로 뽑는 경우 그나마 ‘학창시절 12년 동안 공부를 열심히 했기에 뽑았다’는 정신승리라도 가능하겠지만 지역 할당은 ‘어쩌다 태어나보니 이 지역에 태어나서 뽑은 것’이나 다름없다. 명백한 특혜이며 실력 위주 채용의 오점이다.

  다만 일부 소위 ‘상위권 대학 출신자’들이 학벌 블라인드에 대해 ‘역차별’이라며 반대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그들이 남들보다 12년의 학창시절을 더 열심히 공부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12년의 공부 대가로 받은 ‘대학 간판’이 남은 평생의 간판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들이 더 열심히 공부한 데 대한 자부심이 있고 학교 간판에 대한 자신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실력을 갖췄을 것이다. 정말 학벌 블라인드가 실력 위주의 채용이라면, 상위권 출신자들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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