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이면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25년이 된다. 한중 관계는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 내에 급속도로 발전해 왔다. 92년 수교 이후 상품 교역은 33배로 퀀텀 점프했으며, 인적 교류 역시 100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이 이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 중국의 역할이 컸다는 점은 결코 부인할 수 없으며, 마찬가지로 중국의 G2 부상에도 그 뒤에 한국이 있었음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런 25년 공든 탑이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해 무너져가고 있다. 기념 행사조차 따로 개최하고 있으며, 통화스왑 연장 여부도 확실치 않다.
미국이 무역 보복을 하려 하자 ‘정치와 경제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한국에 대해서는 정 반대의 입장을 내세우는 중국의 논리는 결코 지지할 수 없다. 나아가 중국은 자국의 동해안에 엄청난 수의 포대 및 레이더를 배치하여 한반도를 정밀 감시하고 있으면서 한국의 자위권을 위해 설치하려는 사드 레이더를 반대하는 것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다만 누군가의 잘잘못인지 여부를 떠나 이 사태를 파국까지 끌고 온 데에는 안타까운 점들이 몇가지 존재한다.
먼저 이번 사건은 중국과 한국의 직접적인 분쟁이 원인이 아닌 외부 세력에 의한 갈등이다. 북한의 ICBM 개발 등의 도발에 맞선 미국의 전쟁 억지력 확대에서 비롯된 일련의 상황이 이번 갈등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두 국가의 서로에 대한 몰이해가 갈등을 확대시키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과대평가 하고 있다. 사실상 한국은 미국이 하라는 대로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 간 몰이해는 한국의 중국-북한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에 협력까지 하고 있는데 한국은 중국의 보복이 너무나 소극적이라 주장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국 역시 북한의 핵 개발이 자국의 안보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같이 한다는 점이다. 물론 북한이 중국을 공격할 것이란 생각 보다는 북한에 핵공격에 대비한 한국/일본/대만 등의 안보력 증진이 더 큰 우려이긴 하지만 말이다. 외교의 기본 원칙은 이이제이이다. 이 기회를 잘 살리는 게 지난 25년의 공든탑을 무너뜨릴지 더욱 공고히 할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