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파리만 때 김지영 선배님께서 언급하셨던 베어링 은행 사건을 찾다보니 지수선물, 선물옵션, 스트래들 등 지난 한 학기동안 배웠던 각종 파생상품과 함께 금융권에 일하면서 갖춰야 할 윤리의식까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사건이라 생각돼 정리해 보았습니다. 베어링 은행이 1995년 파산했으니 대략 22년 전 시사 동향이지만 여러 시사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Summary]
-실상은 훨씬 더 복잡하지만 중요한 사건들 위주로 정리했습니다.
I. 서론
-베어링 은행은 1762년 설립된 25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던 영국의 상업은행. (당시 영국 6위 규모)
-싱가포르 상품거래소(SIMEX(이하 사이멕스), 현재 SGX)가 설립되면서 싱가포르 지사의 파생상품 트레이더 및 결제역으로 닉 리슨이 부임. 모든 원흉의 시작.
II. 본론
-베어링 은행은 사이멕스와 오사카 거래소에서 동시에 거래되고 있던 니케이 225 지수 선물의 가격 차이를 노려 지수차익거래로 이익을 얻었음.
*사이멕스는 오사카에 비해 규모도 작고 상품 자체도 일본 상품이다보니 시세의 반영이 늦었음. 이를 이용해 무위험 차익거래를 하던 것.
-그런데 사이멕스는 당시 전산매매가 아닌 수신호를 이용한 공개호가 매매였는데, 사람이 실수로 포지션을 잘못 잡는 일들이 발생했음. 예를 들어 매매를 해야 하는데 매도를 해버리거나 매도를 해야 할 상황에서 매매를 하는 행위.
-이러한 에러들은 회사가 손실을 부담했으며, 이를 관리하는 에러계좌에 손실로 기록함.
-리슨이 몸담고 있던 싱가폴 지사 역시 20계약을 실수로 매도해 버렸고, 2만 파운드의 손실 기록.
-문제의 발단: 원래 이런 에러계좌는 본사(런던)에서 관리를 했고, 그러기 위해 본사에 보고를 했어야 했음. 그런데 본사에서는 런던과 아시아 사이의 거리 문제로 인해 에러계좌를 아시아지점에서 따로 관리할 것을 지시.
–> 사실상 닉 리슨이 본사에 알리지 않고 에러계좌를 관리하게 된 것. 이 계좌의 이름은 88888
-리슨은 2만 파운드의 손실을 자기가 관리하는 88888계좌에 묻어놓음.
-리슨은 지수차익거래를 통해서 안정적인 이익을 얻기보다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싶었음. 따라서 니케이지수의 풋과 콜 포지션을 이용해 더욱 공격적인 포지션을 취함.
-이때 리슨도 사람인지라 손실을 볼 때도 생겼는데, 이러한 손실은 모두 88888계좌에 묻어놓음.
-사이멕스는 선물 거래소이기 때문에 계좌에 대한 증거금을 요구함. 이때 88888계좌의 손실이 커짐에 따라 증거금 추가 납부 요구를 당함(마진콜).
-이 사실을 본사에 말했다가는 큰 일이 날 수 있기 때문에 리슨은 니케이 225 지수 옵션에 대한 스트래들 매도를 시도. (콜옵션 매도와 풋옵션 매도를 동시에 하는 형태. 책에서 배운 것처럼 산 모양으로 뾰족하게 개형이 형성됨)
*왜 스트래들 매도를 했을까요? : 스트래들 매도를 통해 받는 프리미엄으로 증거금을 충당하기 위해, 나아가 리슨은 니케이 지수에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 예상했었음
-참고로 리슨은 스트래들 매도를 통한 프리미엄의 액수를 딱 88888계정의 손실액과 같게 함으로써 대차대조표 상으로 손실이 아예 안 보이게 만들었다고 함.
-이런 식의 88888계좌의 그릇된 사용, 장부 조작을 통해 리슨은 겉보기에는 엄청난 이익 실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됨. (제가 서술한 스트래들 매도 외에도 선물 매도 포지션 실패 등 여러 손실이 발생할 때마다 88888 계좌에 묻어놓고 본사에는 이익을 본 것마냥 속였다고 합니다)
-1995년 1월 16일, 리슨은 평소와 같이 니케이 지수가 별 변동이 없을 것이라 예상하고 스트래들 매도 포지션을 취함.
그런데
-1995년 1월 17일, 고베대지진의 발생. 니케이 지수 하루만에 6% 폭락
-알다시피 스트래들 매도 포지션의 개형상 박스권을 벗어나면 그 손실은 무한대.
-리슨은 이 포지션으로 인해 5,000만 파운드의 손실을 입음
-리슨은 이 손실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포지션을 택하는데, (그가 일본에 대해 허황된 믿음이 있었나 봅니다) 일본의 지수가 과대하게 폭락되어 있기에 반등할 것이라 생각하고 20,000계약의 선물을 매수한 것.
-그러나 지수는 계속해서 떨어져 갔고, 손실은 커져만 갔음
III. 결론
-리슨은 2월 23일 ‘미안하다’는 메모를 남기고 싱가포르를 도피했는데, 그가 남긴 손실은 8억 27000만 파운드(대략 우리 돈 1조 2천 억)
-베어링은행은 이후 88888계좌의 거래증거금이 부족하니 증거금을 더 넣을지, 포지션을 끝낼지에 대한 편지를 받고 계좌 거래 내역을 확인하게 됨으로써 리슨의 행각을 알게 됨.
-베어링은행으로서는 자신들의 자기자본의 두 배에 달하는 손실을 메꿀 수 없었고, 결국 파산을 선언하여 ING로 매각됨.
-합병기금은 1파운드, 이렇게 233년 역사의 은행은 사라져 버림.
-그때 리슨의 나이는 28세였음.
[Implication]
-베어링 은행 사태는 여러 시사점을 남기고 있음
1) 닉 리슨 개인의 과오
-손실을 본사에 보고하지 않고 장부를 조작하여 오히려 이익이 나고 있는 것처럼 보고.
-옵션 매도 포지션을 과하게 취하고 있어 유동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힘이 들기도 했었겠지만 위험에 대한 헷징을 거의 하지 않았음.
2) 베어링 은행의 문제
-싱가포르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파생상품의 거래를 사실상 닉 리슨 개인에게 맡겨둠
-88888계좌의 문제를 일이 터지기까지 인식하지 못함.
-내부 통제 및 감사 시스템의 허술함 (감사가 있기는 했지만 당시에 워낙 리슨이 잘 나가다 보니 제대로 검사하지 않았다고 함. 당시 싱가포르 지사 수익의 5분의 1을 리슨이 끌어다 주던 상황)
3) 사이멕스의 허술함
-리슨은 고베 대지진 이후의 손실을 메꾸기 위해 엄청난 양의 선물 매입 포지션을 취하는데 이게 마지막 순간에는 대략 43,000 계약, 전체 미결제 약정 수량의 30%를 이루고 있었다고 함.
-이 정도 수준의 말도 안 되는 포지션을 취할 때까지 사이멕스는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음.
[관련 링크]
THE COLLAPSE OF BARINGS: THE OVERVIEW; Young Trader’s $29 Billion Bet Brings Down a Venerable Firm
영국 최대 베어링은행 파산의 주범 – 릭 니슨
Wikipedia – Nick Leeson
닉 리슨 관련 만화